새해부터 죽을 뻔 했다. 액땜을 크게 했다고 생각한다.
설날 연휴 전 금요일 밤, 딜 하나를 클로징하고 동갑 친구들과 기분좋게 돼지갈비를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토마토스프(일명 마녀스프)를 참 좋아하는데
자기 전에 스프 내일 아침 먹어야하는데 상하면 안되니
불 위에 올려두고, 씻고, 긴장이 너무 풀린 나머지 잠이 들어버렸다. (미친거지)
그때 시간 밤 11시반쯤
새벽 2시반쯤 갑자기 눈이 떠졌다. 뿌연 연기가 내 좁은 원룸안에 가득
너무 놀라서 인덕션 끄고, 바로 창문, 현관문 다 열고, 맑은 공기 마시면서 정신을 좀 차리려고 했다.
이만한게 다행이다 싶었다.
한겨울에 창문 열어두니 너무 춥고, 정신 아직 안돌아왔고
침대에 앉아서 오들오들 떨고있는데 새벽 3시쯤 삐용삐용- 소리가 들렸다.
난가? 나때문인가? 싶어서 얼른 옷챙겨서 1층으로 내려갔는데
출입 현관 앞 보이는 소방관 약 15명..
아.. 망했다 싶어서 출입 현관문 열고, 저 때문인거 같은데 불난건 아니고 제가 냄비를 태웠다ㅠㅠ
자초지종을 설명 드렸는데, 그래도 방 한번 확인은 해봐야 한다고 하셔서 같이 방으로 올라가고..
내 좁은 원룸 현관에 옷이 걸렸는지 소방관 한분 낑낑 거리며 겨우 들어가심
수치스러워서 죽고싶었음 정말
경찰관 두 분도 오셔서 인적사항 조사하시고
저 냄비에 내용물 뭐였냐고 물어보셔서 스프라고 대답할 때 또 수치스러워서 죽고싶었음
이 새벽에 내 토마토스프 때문에 출동하신거 너무 죄송해서 계속 죄송하다고 하고 ㅠㅠ
연기 빠져나가라고 창문 다 열어두고, 밖에서 탄내도 났을테니 누가 보고 신고할만 했다.
어지러울 수 있으니 환기 잘 시키라고 말씀하시고 떠나신 약 15~20명의 소방관+경찰관 분들
새벽부터 저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집 관리인분한테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 문자를 보내두고, 창문 열어두고 자는둥 마는둥 했는데
아침 7시쯤 관리인분한테 전화가 왔다.
괜찮냐고 물어봐 주시고, 보일러 작동하냐고 물어보셔서 확인해보니 보일러가 안됐다.
문 열어둬서 어차피 추우니 새벽에 보일러 안되는지도 몰랐음
소방관 분들이 건물 도착하자마자 보일러를 내리셨던거 같다.
그래서 한겨울에 우리 건물 분들은 새벽에 보일러 없이 주무심..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한번에 민폐를 끼친 적이 있나 싶고
불 올리고 잠든거 정말 정신이 나갔지 싶고
토마토 스프 트라우마 생겨서 아직까지 못먹고있다.
그리고 방은 냄새가 안빠졌는데, 이제는 탄내가 아니고 약간 담배 쩐내처럼 난다.
빨래를 해도 옷에서 냄새가 다 안빠져서 요즘은 흡연자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정말이지 처음 몇주는 나한테서 냄새가 너무 나서 내가 스스로 힘들었음.
헬스장에서 천국의계단 타다가 토할거 같아서 내려온 적도 있고 진짜
다시는 불 위에 뭘 올려두고 잠들지 않으리
불조심하자. 꼭 꼭
요약
1. 불조심 하자. 뭐 올려놨을 땐 꼭 알람을 맞춰두자. 쳐자면 안된다. 죽는다.
2. 소방관, 경찰관 분들 항상 고생 많으십니다.
3. 새해 액땜 크게 했으니 2025년 무탈했으면 좋겠다.
문제의 냄비?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토마토스프
냄비는 쿠팡에서 사서 참 잘썼는데 또 살까 말까 너무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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